
선거의 해를 맞은 미국 수도 워싱턴에 다시 탄핵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 187명이 크리스티 놈 전 국토안보부 장관 탄핵 추진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을 겨냥하고 있다.
최근 야사민 안사리 민주당 하원의원이 이끄는 의원 그룹은 헤그세스 장관을 상대로 6건의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이란계 미국인인 안사리 의원은 헤그세스 장관이 미군 장병들을 무모하게 위험에 빠뜨렸고, 헌법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탄핵 공세에 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은 로스토리에 민주당이 하원의장직을 차지하면 온갖 탄핵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 진보 진영은 실제로 더 강한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안사리 의원은 지난 4월 중순 탄핵안을 발의하면서 헤그세스 장관이 헌법에 대한 선서를 어겼고, 기밀 정보를 무단 공개해 미군을 중대한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또 직권남용과 장관직 품위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으며, 이란 미나브의 민간인과 여학교 공격을 포함한 불법 군사행동을 수행했다고 비판했다.
안사리 의원은 헤그세스 장관의 행위가 중범죄와 경범죄에 해당하는 탄핵 요건을 충족하며, 의회가 즉시 해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2주 사이 10명이 넘는 공동 발의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민주당 전체가 이 움직임에 동참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는 헤그세스 장관을 자주 비판하면서도, 그를 해임하려는 탄핵 추진에는 아무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하원 민주당 원내총무인 캐서린 클라크 의원은 헤그세스 탄핵 추진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탄핵 논의가 11월 선거에서 민주당에 부담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선을 그었다. 클라크 의원은 민주당이 생활비 상승과 전쟁 비용의 연결고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휘발유 가격 상승이 식료품과 주거비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으며, 전쟁에 대한 설명도 없이 미국인들에게 비용을 부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119대 의회에서 공화당도 탄핵 논의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일부 친MAGA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 1기 때 이뤄진 두 차례 탄핵 기록을 삭제하려는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의제의 핵심 부분을 위헌으로 판단한 연방 판사 8명을 겨냥해 탄핵소추안을 냈다.
민주당도 헤그세스 장관 외에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탄핵안을 제출했다. 다만 이 탄핵안은 지난해 12월 발의된 이후 공동 발의자가 1명에 그쳤다.
팸 본디 전 법무장관을 해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해임하기 전까지 민주당 공동 발의자는 7명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탄핵안도 이미 나와 있다. 민주당 의원 3명이 각각 탄핵안을 제출했고, 존 라슨 민주당 하원의원은 단독으로 13개 탄핵 조항을 발의했다.
민주당이 의회 소수당인 상황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공화당은 민주당이 11월 하원을 되찾을 경우 대통령과 내각을 향한 탄핵 공세가 쏟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위커 의원은 이것이 앞으로 벌어질 일의 신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탄핵안이 넘어오면 상원에서 재판을 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아직 여름도 오지 않았고, 선거전은 보통 가을에 더 뜨거워진다. 하지만 의사당 곳곳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탄핵 공세가 곧 몰려올 것으로 느끼고 있다.
팀 시히 공화당 상원의원은 앞으로 이런 일이 훨씬 더 많이 벌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탄핵 추진은 양당 핵심 지지층에게는 쉬운 정치적 승리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점점 더 진영화된 정치권에서는 많은 이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공화당에서는 헤그세스 장관 탄핵론이 특히 비애국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헤그세스 장관이 이란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가운데 해임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직 네이비실 출신인 시히 의원은 미국이 오랫동안 적대해온 상대와 충돌하는 와중에 국방장관을 공격하는 것은 답답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주당의 정치적 계산은 이해한다고 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민주당 지지층이 어떤 형태로든 거침없는 공격성을 원하고 있으며, 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오늘날 워싱턴에서는 지지층이 원하는 것이 결국 정치권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공화당 지도부의 강경 노선도 그 예로 볼 수 있다.
2024년 대선 국면에서 당시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국토안보부 장관은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된 내각 각료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하원 공화당은 당론에 가까운 표결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공화당 의원 3명은 민주당과 함께 탄핵에 반대했다.
이후 척 슈머 당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절차적 방법을 활용해 상원의 정식 탄핵재판을 피했다. 결국 상원 민주당은 탄핵 조항이 헌법상 요구되는 중범죄나 경범죄 수준에 이르지 못한다고 보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민주당이 향후 탄핵안을 보내오면 슈머의 방식을 따라 부적절한 탄핵안으로 처리해 기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면 트럼프 대통령을 역사상 세 번째로 탄핵하려 할 것이라고도 예상한다.
론 존슨 공화당 상원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오히려 자신들에게 좋은 일이라며, 슈머가 마요르카스 탄핵안을 처리한 것처럼 기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공화당만 웃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 상원 안에서도 탄핵 절차 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존 페터먼 민주당 상원의원은 헤그세스 탄핵이 민주당에 손해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헤그세스를 무능하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무능함 자체가 불법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하원 민주당의 탄핵 추진이 성공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본다.
페터먼 의원은 마요르카스 전 장관도 재앙에 가까웠다고 평가하면서도, 단지 무능하다는 이유만으로 탄핵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탄핵은 그런 목적으로 설계된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상원 민주당 의원들은 요즘 탄핵 요건에 대해 대체로 말을 아끼고 있다. 진보 진영이 헤그세스 장관 탄핵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지만, 상원 쪽 분위기는 다소 다르다.
피터 웰치 민주당 상원의원은 탄핵 요구가 이해는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공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봤다.
그는 헤그세스 장관이 형편없는 지도자라고 평가하면서도, 민주당은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삶을 위한 정당이라고 느낄 수 있는 건설적 의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상원 민주당 의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브라이언 샤츠 민주당 상원의원은 상원에서는 하원과 같은 탄핵 압박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 절차가 원래 하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하면 일부 탄핵안은 통과시킬 수 있겠지만, 상원에서는 필요한 표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샤츠 의원은 민주당이 하원을 되찾는다면 가장 먼저 생활비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로도 생활비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며, 입법 일정에 여유가 있을 때 다른 사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