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월드컵에서 촬영된 그 사진.
더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어떤 사진을 말하는지 곧바로 알 것이다.
세계 챔피언 스페인 대표팀 선수들이 시상대에서 두 팔을 벌리고 트로피를 들어 올릴 준비를 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들 사이에 버티고 서서 다른 사람들의 순간을 자신의 것처럼 누리고 있던 사진이다.
오랫동안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첨해 온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황급히 그를 옆으로 물러나게 하려 했다. 심지어 몸으로 직접 움직여야 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스포츠 행사에서 진정한 승자들이 영광의 순간을 누릴 수 있도록 트럼프 대통령을 옆으로 밀어내야 했던 것이다.
이 장면은 이번 월드컵에서 벌어진 이야기의 일부에 불과하다.
몇 주 전으로 돌아가 보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축구 스타 폴라린 발로건의 월드컵 출전 정지 처분을 뒤집는 데 직접 개입했다.
이 일은 전 세계적인 반발을 불러왔으며, 미국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이러한 개입을 축구에 남긴 ‘도덕적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대표팀은 결국 다음 경기에서 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한 방식으로 결과를 바꾸려 했지만 실패했다며 세계 곳곳에서 미국의 패배를 통쾌해하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관여한 이후 미국 대표팀을 따라다닌 야유는 사실 선수들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것이었다. 그는 미국의 승리 가능성에 악영향을 끼쳤고, 세계는 그를 비난했다.
두 장면에는 같은 악의적인 인물과 음흉한 본능이 담겨 있었다. 자신과 관계없는 일의 한가운데에 끼어들어 모든 관심을 자신에게 돌린 뒤, 그 여파는 다른 사람들이 감당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나는 뉴욕시 인근 지역에 거주한다. 지난 한 달 동안 평소처럼 허드슨강을 따라 달리며 기차역과 페리 선착장, 관광명소를 지나쳤다. 그런데 그곳은 내가 알던 도시와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전 세계가 한곳에 모인 듯했다. 6개 대륙에서 온 사람들이 각국 대표팀의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 달리다가 처음 보는 국기를 발견해 어느 나라 것인지 찾아본 적도 있었다.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처음 마주하고 놀라 강변 산책로 한가운데에 멈춰 선 사람들도 있었다.
숨이 멎을 듯한 스카이라인을 촬영하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그들의 눈에는 경이로움과 흥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나는 월드컵이 끝나는 시점에 이 칼럼을 쓰기 위해 몇몇 사람을 붙잡고 말을 걸었다. 어디에서 왔는지, 미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공교롭게도 처음 이야기를 나눈 사람들은 스페인에서 온 가족이었다. 돌이켜 보면 스페인이 우승하리라는 개인적인 전조였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어머니, 10대 아들 두 명으로 구성된 가족이었다. 이들은 서툰 영어로 뉴욕이 자신들을 따뜻하게 맞아줬다고 말했다.
기차역에서는 낯선 사람이 올바른 승강장까지 데려다줬고, 호텔 직원들도 필요한 것 이상으로 친절하게 도와줬다고 했다. 가족 모두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관해 묻자 아버지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미국인은 도널드 트럼프와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미국인은 기차역과 호텔에서 만난 사람들과 같으며, 그것이 자신이 고국으로 가져가고 싶은 미국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허드슨강변에 있는 내 건물 인근의 세계무역센터 조형물 앞에서는 영국에서 온 은퇴한 부부를 만났다. 미국 대표팀이 벨기에에 패한 직후였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이 잘못됐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개입할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또한 선수들의 잘못이 아닌 일 때문에 미국 대표팀이 미움을 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리고 일요일, 굴욕적인 사진이 나왔다. 세계는 또다시 자기중심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모든 순간의 중심에 자신이 서 있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그의 인정 욕구와 나르시시즘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어울리는 곳은 자신이 시설 개선을 추진하려는 앨커트래즈 교도소뿐이다. 아마도 자신이 머물 날을 준비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요일의 그 사진을 다시 생각해 보자.
나를 놀라게 한 것은 세계 각지에서 쏟아진 조롱도, 한목소리로 이어진 비난도 아니었다. 전 세계가 그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는 즉시 알아차렸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며칠 동안 나는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도중 미국에서 월드컵이 열린 것이 기묘한 축복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세계는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고 조롱했다. 안타깝게도 그러한 인식은 미국인 전체를 향하기도 했다.
이번 일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세계의 부정적인 인식은 더욱 굳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이야기의 한쪽 면에 불과하다.
대회가 미국에서 열렸기 때문에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 미국을 바라보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미국의 보도와 지하철 승강장, 버스와 호텔을 직접 경험했다.
미국에서 식사했고 길을 잃었으며, 출신 국가부터 묻지 않고 올바른 길을 알려주는 낯선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이제 이들은 스페인과 영국을 비롯해 허드슨강변에서 보았던 수많은 국기의 나라로 돌아간다. 그리고 두 가지 진실을 동시에 전할 것이다.
레드카드 판정 과정에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사진에도 끼어들지 않고는 못 배겼던 무지한 인물에 관해 이야기할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만난 미국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하고 훌륭했는지, 미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도 이야기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월드컵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했다. 실제로 추악하고 짧았던 두 순간만큼은 주인공이 됐다.
그러나 그가 끼어든 모습은 사진에서 잘라낼 수 있다. 미국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다르다고 아들들에게 이야기할 스페인인 아버지의 머릿속을 차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었다. 그의 아들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시적인 존재다. 한 달 동안 이어진 대회에서 두 순간을 더럽힌 얼룩에 불과하다.
세계인이 미국에서 실제로 경험한 것은 사람들의 선의와 아름다운 풍경, 축제의 열기였다. 이러한 기억은 그들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가 오랫동안 남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