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자신의 핵심 지지층 사이에서 최우선 현안으로 떠오른 낙태 문제를 애써 외면해 왔다. 그러나 이 전략이 이제 역풍을 맞고 있으며, 그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연합을 더 깊이 갈라놓고 반(反)낙태 운동가들의 지지를 잃게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이 화요일(현지시간) 제기됐다.
보수 성향 매체 ‘더 벌워크(The Bulwark)’의 앤드루 에거는 이를 트럼프의 “승산 없는 낙태 딜레마”라고 규정한다. 에거에 따르면, 개인적으로 낙태 금지에 관심을 둔 적이 없는 트럼프는 2024년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사실상 ‘프로라이프(태아 생명 존중) 운동’을 손절한 뒤 재선 이후로도 이 문제를 거의 외면해 왔다. 그 사이 민주당은 트럼프가 지금 이 순간 추진 중인 정책들에 맞서느라 손이 비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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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은 뒤 2022년과 2024년 선거 내내 이를 핵심 공약이자 주요 쟁점으로 내세우며 역공을 이어 왔다. 반면 트럼프는 공화당이 장악한 이른바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우세 주)들이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우편으로 배송되는 낙태 유도 약물, 특히 낙태 유도에 함께 쓰이는 두 가지 약 중 하나인 미페프리스톤의 사용을 중단시키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이 커지는 와중에도 이 이슈를 피하는 데 급급했다.
지난주 뉴올리언스 소재 연방항소법원은 FDA(미 식품의약국)가 미페프리스톤의 우편 배송을 허용한 조치가 루이지애나주의 낙태 규제 권한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만장일치 판결을 내렸다. 연방대법원은 월요일 이 판결의 효력을 일시 중단시키고 상고 절차 진행을 허용했다. 미페프리스톤 제조사들은 해당 정책이 수년간 시행돼 온 만큼, 판결이 곧바로 발효되면 “즉각적인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역사적인 ‘돕스(Dobbs)’ 판결로 낙태권을 폐기했던 보수 성향 연방대법원이, FDA 정책이 주(州)법상 불법인 낙태를 실제로 용이하게 만든다는 루이지애나 법원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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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거는 재생산권 단체들이 이 상황을 악몽 같은 시나리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한다. 역설적으로,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조용히 현행 미페프리스톤 정책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 문제의 결정을 최대한 뒤로 미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왔다.
에거는 트럼프가 처한 정치적 곤경은 누구에게나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트럼프는 낙태 정책을 정치적으로 짐만 될 뿐인 사안, 지금의 유권자 지형에서 결코 승산이 없는 이슈로 본다. 그러나 동시에 낙태 문제는 여전히 그의 지지 기반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사회보수층에게는 가장 핵심적인 의제이기도 하다. 트럼프나 그의 행정부가 이 사안을 둘러싸고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지금 그가 감당하기 어려운 유권자 집단의 분노를 사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시간을 끌며 절차를 늦추려던 시도 역시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