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실을 말하는 일이 답답한 이유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그 말을 들어야 할 사람들이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 11년 동안 트럼프가 미국 정치의 기존 질서를 무너뜨려 온 과정, 특히 언론인을 대하는 방식에서 드러난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 내가 해온 일이다.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많은 부분을 싫어한다. 그래서 자신의 실패가 관심의 중심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희생양으로 삼는 방식을 택한다.
비행기 문제부터 건강 문제,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행사의 초라한 모습까지, 자신의 약점이 주목받지 않도록 끊임없이 다른 대상을 만들어낸다.
오랫동안 이어온 MAGA식 정치 전략도 같은 방식이다. 트럼프는 애초부터 누구에게도 진실을 제대로 전달하려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는 진실을 숨기려 할 때조차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드러낸다. 최근에는 자신이 인지능력 검사를 완벽하게 통과했다며, 한 여성 기자는 자신처럼 해낼 수 없을 것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검사를 받아야 하는 것일까.
코끼리와 다람쥐를 구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자랑하는 것이 생각만큼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트럼프는 모르는 듯하다. 그러나 누군가 이에 대해 강하게 질문하면, 그 사람은 곧 트럼프의 적 목록에 오르거나 법정에 서게 된다.
이는 결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트럼프가 지금까지 용인받아온 수많은 행동들과 마찬가지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미국 건국 250주년을 맞은 시점에 국제사회 앞에서 미국을 약한 나라처럼 보이게 만들기 위해 워싱턴을 훼손하는 행위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트럼프가 처음 정치 무대에 등장했을 때 그의 영향력은 소셜미디어가 선거 도구로 급성장하던 시기와 맞물렸다.
트럼프가 가장 성공적으로 해낸 일은 트위터를 사실상의 선전 도구로 활용해 지지자들이 자신이 하는 말만 진실이라고 믿도록 만든 것이다. 동시에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도 키웠다.
트럼프의 거짓말은 특정 알고리즘과 돈을 받은 온라인 선동가들을 통해 여러 플랫폼으로 확산됐다. 스스로를 ‘인플루언서’라고 부르는 이들은 국가보다 자신의 계좌에 찍히는 숫자에 더 관심을 갖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소셜미디어가 없었다면 트럼프는 2015년 당시처럼 단순한 화제성 후보에 머물렀고, 공화당 경선에서 오래 버티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졌다. 이제 미국 사회 일부에서는 품격보다 공격성이, 통합보다 적대감이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됐다.
MAGA 성향 의원들은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여러 논란을 덮고 있다.
한때 애국자를 자처했던 이들은 오랜 기간 이어진 거짓과 선전에 깊이 빠져들었고, 이제는 민주주의 자체를 흔드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시에 트럼프가 특정 언론인을 겨냥하는 방식도 선을 넘고 있다.
답하기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에게 욕설과 공격적인 발언을 하는 수준을 넘어, 신상 공개, 위협, 그리고 최근에는 건강 문제를 보도한 언론인들을 상대로 한 소송까지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카타르가 제공한 항공기를 둘러싼 보도를 한 뉴욕타임스 기자들을 겨냥하고 있다.
해당 항공기는 에어포스원을 대체하는 용도로 거론됐지만, 공중의 백악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보안·기술 요건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실제 운용에는 문제가 생겼다.
이 사실은 비판을 견디지 못하는 트럼프에게 큰 문제가 됐다. 그는 일부 기자들의 자택에 연방 수사기관 소환장을 보내 연방 대배심 조사에 출석하도록 요구했다.
보도의 대가가 ‘진실을 전하는 것’인 시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진실을 전하는 일은 나를 비롯해 많은 언론인이 생계를 걸고 하는 일이다. 트럼프가 나를 트위터에서 차단한 지 어느덧 11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저 다른 사람들보다 덜 눈에 띄었을 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는 BBC에 “불법 정보 유출을 조사하고 있다”며 “기자들이 대상이 아니라 기밀 정보를 유출한 사람들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트럼프의 건강 문제를 보도했다는 이유로 백악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신상이 공개된 세 명의 기자 중 한 명인 브라이언 타일러 코언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은 트럼프에게 이런 문제를 계속 질문해야 한다. 그의 건강 문제, 카타르 항공기 논란, 엡스타인 파일 문제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그것이 언론의 역할이다.
트럼프와 측근들이 계속 진실을 숨기려 한다면, 언론은 정부의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 집요하게 사실을 밝혀야 한다.
백악관 출입기자협회는 이미 트럼프가 소환장을 보낸 뉴욕타임스 기자들인 줄리언 E. 반스, 에릭 립턴, 타일러 페이저, 에릭 슈밋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언론자유를 위한 기자위원회도 관련 성명을 발표했다. 단체 회장 브루스 D. 브라운은 트럼프의 언론 공격이 또 다른 희생자를 찾고 있다며, 이번에는 맨해튼 연방검찰청까지 겨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기자들에게 발부된 소환장이 공익과 언론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해 수사기관이 기자 정보를 요구할 때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오랜 법무부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직에는 완전한 투명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트럼프에 관한 진실을 보도하는 순간, 그는 언론을 공격한다. 이런 상황은 애초부터 용납됐어서는 안 됐다.
2015년 처음 그에게 작은 틈을 허용했을 때, 트럼프는 거의 모든 것을 가져갔다. 단 하나, 자신의 책임만 빼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