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행정부의 튀르키예 주재 미국대사가 제프리 엡스타인이 개인 보좌관을 찾는 과정에 도움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보좌관은 이후 엡스타인의 성착취 네트워크에서 피해자이자 모집책으로도 지목된 인물이다.
로우스토리가 확인한 내용에 따르면, 사라 켈런은 지난달 하원 감독위원회에서 자신이 2001년 하와이 호놀룰루 W호텔에서 호스트로 일하던 중 엡스타인과 그의 공범 기슬레인 맥스웰을 위해 일하도록 소개받았다고 증언했다.
켈런은 당시 호텔 프런트데스크에서 인턴으로 일하던 한 여성이 자신과 친해졌고, 일자리 기회가 있다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켈런은 그 여성이 W호텔 인턴십을 얻게 된 배경에 엡스타인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녀는 엡스타인이 호텔 소유주였던 톰 배럭과 친구였기 때문에 그 여성을 인턴으로 넣어줬다고 설명했다.
켈런은 당시 자신이 엡스타인과 맥스웰을 위해 일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하원 감독위원회 면담에서 그 여성이 엡스타인의 이름을 말한 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신 뉴욕의 부유한 커플이 새로운 여행 보좌관을 찾고 있으며,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켈런은 또 그 여성이 앞서 자신을 다소 선정적인 방식으로 촬영했고, 나중에 그 사진을 엡스타인에게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 뒤 해당 여성이 일자리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톰 배럭은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서 튀르키예 주재 미국대사이자 시리아·이라크 담당 대통령 특사로 활동하고 있다. 중동 외교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이다.
배럭은 엡스타인과 수십 년간 이어진 관계가 문서와 보도로 잘 알려져 있음에도,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켈런을 엡스타인과 연결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해졌다.
켈런이 엡스타인과 맥스웰을 위해 일하기 시작한 시기는 이들이 훗날 대통령과 영부인이 되는 도널드 트럼프 부부와 친분을 유지하던 시기와 겹친다.
트럼프는 2002년 10월 뉴욕매거진 인터뷰에서 엡스타인을 15년 동안 알고 지냈다고 말했다.
그는 엡스타인이 함께 있으면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며, 자신처럼 아름다운 여성을 좋아하고 그중 상당수는 나이가 어린 편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울프의 책 ‘화염과 분노’도 엡스타인, 트럼프, 배럭의 관계를 다뤘다. 책은 세 사람을 1980~1990년대 뉴욕 밤문화의 삼총사처럼 묘사했다.
억만장자 부동산 투자자인 배럭은 트럼프에게 폴 매너포트를 소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매너포트는 2016년 트럼프 대선 캠프의 첫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고, 이후 우크라이나 친러 정당을 위한 정치 컨설팅 활동과 관련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배럭은 트럼프 캠프의 주요 모금 인사이기도 했다. 그는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했고, 트럼프 당선 뒤 2017년 취임위원장을 맡았다.
그 이전에도 배럭은 중동 지역의 사업 인맥을 활용해 걸프 지역인 아랍 지도자들의 불신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트럼프는 선거운동 초기에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금지하겠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 노력은 트럼프 1기 첫 해외 순방이 사우디아라비아 정상회의 방문으로 이어지면서 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와 걸프 국가들의 밀접한 관계는 2기 행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으며, 카타르 정부가 대통령에게 항공기를 제공한 일도 있었다.

배럭은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트럼프를 40년 동안 가장 가까운 친구 중 한 명이라고 표현했다.
배럭은 2022년 아랍에미리트를 위해 미등록 외국대리인으로 활동했다는 혐의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앙카라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으로서 그는 미국과 튀르키예의 협력이 중동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 대표팀이 월드컵 출전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비자 처리를 도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9년 7월 성매매·성착취 혐의로 기소될 엡스타인은 트럼프가 권력에 오르는 과정에서 자신이 주변부로 밀려났다고 느낀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배럭은 조용히 트럼프를 도운 인물로 남았다.
2002년 뉴욕매거진의 엡스타인 프로필을 쓴 랜던 토머스 주니어는 2018년 1월 엡스타인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마이클 울프의 ‘화염과 분노’를 요약했다.
그는 책에 엡스타인, 배럭, 트럼프가 1990년대 뉴욕에서 함께 어울린 대목이 몇 문단 나온다며, 울프가 엡스타인은 트럼프 역사에서 지워졌지만 배럭은 남아 있다고 썼다고 전했다.
이에 엡스타인은 알고 있다고 답했다.
로우스토리는 국무부와 앙카라 주재 미국대사관을 통해 배럭에게 논평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2012년 엡스타인은 또 다른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배럭이 자신을 켈런과 연결해줬다고 언급했다.
당시 이메일은 배럭과 하마드 빈 자심 빈 자베르 알사니 전 카타르 총리의 방문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마드는 엡스타인의 뉴욕 타운하우스 매입에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엡스타인은 방문 당시 파리에 있을 예정이었다. 그는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직원에게 손님들을 잘 차려입고 하이힐을 신은 상태로 맞이할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엡스타인은 이메일에서 배럭이 오는 것이니 자신이 매일 사라와 관련해 고마워한다고 전하라고 썼다. 이어 그가 자신이 켈런을 찾게 된 경로였다고 덧붙였다.
켈런은 2007년 불기소 합의에서 기소되지 않은 잠재적 공모자로 이름이 오른 인물이다. 당시 플로리다 남부연방검찰은 엡스타인이 주 차원의 성매매 알선 혐의 하나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연방 기소를 하지 않기로 했다.
켈런은 2017년 한 익명 생존자가 제기한 소송에서도 엡스타인의 성적 목적을 위해 젊은 여성들을 모집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선물을 사주고, 방문 일정을 조율하며, 이동을 준비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하지만 켈런은 지난달 하원 감독위원회 진술에서 자신도 엡스타인과 맥스웰의 성적·심리적 학대 피해자였다고 주장했다.
켈런은 엡스타인의 개인섬 리틀 세인트 제임스에서 일한 첫날 엡스타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을 사실상 계약 노예와 같은 처지였다고 표현했다.
그녀는 엡스타인의 성적 학대에 굴복한 뒤에야 연봉 2만5000달러를 받기 시작했고, 사실상 24시간 내내 일했다고 주장했다.
켈런은 자발적 면담 형식으로 하원 감독위원회에 출석했다. 그녀의 변호사 킴벌리 햄은 켈런이 다른 피해자들과 관련한 내용은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원회에 밝혔다.
변호인은 그 이유로 켈런 자신의 정신적 트라우마, 지속적인 질문을 견딜 수 있는 능력, 헌법상 권리 보호를 들었다.
켈런은 자신을 기슬레인의 부관처럼 묘사하는 언론 보도가 심각한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위원회 진술에서 엡스타인의 성착취 조직에 가담했다는 의혹 자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그녀는 또 연방검찰이 불기소 합의서에 자신을 공모자로 올린 사실을 몰랐으며, 그 전에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말했다.
로우스토리는 켈런의 변호인들을 통해 논평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