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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웅 간호사, 이제는 추방 공포…17개월 아들과 생이별 위기

알렉산드리아 제이콥슨 | 2026.07.11

간호사 할레인과 그의 아들(사진=할레인 제공)
간호사 할레인과 그의 아들(사진=할레인 제공)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최전선에서 환자들을 돌보며 ‘영웅’으로 불렸던 아이티 출신 간호사가 이제는 미국에서 어린 아들과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 지내고 있다.

플로리다주 코럴스프링스에 사는 38세 간호사 할레인은 말기 질환을 앓는 어머니와 생후 17개월 된 아들과 함께 미국에 머물 수 있을지 불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30년 넘게 살아왔다.

할레인은 코로나19가 가장 심각했던 시기 뉴욕부터 캘리포니아까지 여러 현장에서 중증 환자를 돌봤다. 당시 그는 집중치료용 약물 투여와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맡았다.

그러나 지난 6월 25일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면서 그의 미래는 불확실해졌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국토안보부는 할레인처럼 아이티와 시리아 출신 이민자들에게 적용되던 임시보호지위(TPS)를 종료하는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할레인은 고용상 불이익을 우려해 로우스토리에 이름만 공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최근 9일짜리 노동허가 연장을 받았고, 그 기한은 금요일에 끝난다고 밝혔다.

연방대법원의 ‘Mullin v. Doe’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TPS 보유 이민자들의 노동허가와 추방 유예 보호를 종료할 수 있도록 했다. TPS는 출신국의 인도주의 위기,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인해 본국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미국 내 체류와 노동을 허용하는 제도다.

할레인은 로우스토리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추가 연장을 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7월 10일이 끝인지 알 수 없어 극도로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 급여를 걱정해야 하는 시점이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 가장 힘들다고 털어놨다.

할레인은 현재 미국 시민권자인 아들의 양육권 문제도 겪고 있다. 그는 자신이 추방될 경우, 아이의 아버지가 아들을 미국에 남기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할레인은 자신이 다른 나라로 가더라도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그 대가는 아들과의 이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개인이나 인간으로 보지 않더라도, 적어도 엄마가 필요한 어린 아들의 상황은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이티와 시리아뿐 아니라 다른 나라 출신 TPS 보유자들도 가족과 떨어지거나 생사가 걸린 상황에 놓여 있다고 이민자 권익단체 관계자들은 전했다.

네팔 출신 TPS 보유자이자 ‘United for TPS Nepal’ 창립 코디네이터인 아닐 샤히는 최근 어린 자녀 둘을 둔 한 어머니와 통화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의 남편은 올해 두 차례 구금된 뒤 추방됐다.

샤히는 통화 중 아이가 옆에서 계속 아버지를 찾는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아이가 아직 유아였지만 남성 목소리를 듣고 네팔어로 아빠를 뜻하는 말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샤히는 그 순간 눈물이 났다며, 어떻게 한 가족에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 어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네팔로 돌아갈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샤히는 아이들에게 네팔은 완전히 낯선 나라라고 설명했다.

샤히 본인도 약 37년 전 미국에 왔고, 2015년부터 TPS를 유지해왔다. 그는 오는 9월 9일까지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보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이 있는 곳이 집이라며, 자신의 마음은 늘 뉴욕에 있다고 말했다. 감정이 북받친 그는 자신들은 이미 미국인으로 살아왔다고 강조했다.

전국 TPS 연합 코디네이터인 호세 팔마도 비슷한 사례를 전했다. 그는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는 온두라스 출신 남성의 가족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가족은 TPS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유리한 판단이 나오면 노동허가와 보험 접근권을 회복해 생명 유지 장치를 계속 사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팔마는 이번 결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상 사형선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텍사스주 케이티에 사는 49세 팔마는 1998년 엘살바도르에서 미국으로 왔고, 2001년부터 TPS 보호를 받아왔다.

할레인은 다섯 살 무렵 아이티를 떠난 뒤 한 번도 돌아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0여 년 동안 미국이 자신의 나라였고, 다른 나라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아이티의 생활 환경도 모르고, 그곳의 공기나 바람이 어떤지도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티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고, 언어를 말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털어놨다.

법적 문제이자 도덕적 문제

TPS는 전쟁, 자연재해, 인도주의 위기 등으로 안전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지정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에 합법적으로 머물며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TPS는 시민권이나 영주권으로 바로 이어지는 제도는 아니다.

국토안보부 장관 마크웨인 멀린은 TPS 보유자들에게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영구 체류 자격을 신청하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할레인은 이런 설명이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주권을 신청하려면 가족의 청원, 고용주 후원, 망명 승인 등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 TPS를 오래 유지하며 규정을 지켜왔다고 해서 곧바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팔마도 같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오랜 기간 법을 지키며 살아왔다고 해서 곧바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영주권자가 되기 전에는 시민권자가 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간호사 할레인과 그의 아들(사진=할레인 제공)
간호사 할레인과 그의 아들(사진=할레인 제공)

TPS 지정 국가와 개별 보유자의 지위는 최소 18개월마다 재검토된다. 샤히에 따르면 TPS 보유자들은 범죄 경력 조회도 거친다.

팔마는 TPS 보유자들 중 상당수가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지내며 매년 신청 절차를 밟고, 신원 조회를 받고, 법을 지키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범죄를 저지르면 이민 지위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정부가 요구한 절차를 계속 따라왔다는 설명이다.

그는 TPS 보유자들이 수십 년 동안 이웃, 동료,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왔다며, 이들에게 미국에서 계속 살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TPS 보유자들이 수십 년간 같은 지위를 유지한 이유는 출신국의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팔마는 1998년 중앙아메리카를 강타한 허리케인 미치,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등을 예로 들었다. 니카라과, 온두라스, 아이티 등은 자연재해 이후에도 충분히 회복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안전하게 돌아가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팔마는 미국 정부가 1년 반마다 해당 국가들의 상황을 검토해왔고, 민주당과 공화당 정부 모두 보호를 계속해야 한다고 판단해온 결과, 27년 동안 TPS 보호를 받은 사람들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미국 사회의 법적 문제이자 도덕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이들이 가족을 꾸리고 삶을 세우도록 허용해왔는데, 이제 와서 미국 시민권자인 자녀들까지 포함된 가족을 갈라놓으려 한다면 그 영향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결정

할레인은 대법원 결정이 자신과 지역사회 사람들에게 큰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모두가 지금까지의 삶이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했고,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준비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샤히는 노동허가를 잃을 경우 미국 시민권자인 자녀들과 함께 미국을 떠날지 결정해야 하는 가족들이 많다고 말했다. 일부는 저축으로 버티거나 비공식 일자리를 찾으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이미 경제적으로 지치고 불안한 상태인데, 이번 결정으로 두려움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아닐 샤히 (출처 : 본인)
아닐 샤히 (출처 : 본인)

TPS 보유자 가족들은 미국에서 마련한 집과 사업을 포기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샤히는 이들이 미국에서 삶을 세웠고, 가족을 꾸렸으며, 일부는 미국 시민을 고용하는 사업주라고 설명했다. 주택을 보유하고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는 이들의 삶이 이미 미국 사회에 깊숙이 뿌리내렸다고 강조했다.

샤히는 현재 사람들이 실제로 고통받고 있기 때문에, TPS 보유자들은 어떤 형태의 구제책이라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이유로 ‘United for TPS Nepal’은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 공화당 하원의원이 발의한 ‘Dignity Act’를 지지하고 있다.

이 법안은 시민권이나 영주권으로 가는 길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살고 일할 수 있는 허가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샤히는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구금과 추방을 피하고 미국에서 합법적으로 살며 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TPS 보유자들에게 대법원 결정에 대한 좌절과 슬픔에 머무르지 말고, 조직화와 권리 확보를 위한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할레인은 자신들은 정치적 의제가 아니라 인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수십 년, 수백 년 동안 인도주의적 노력을 보여온 나라라며, 특정한 메시지를 보여주기 위해 자신들을 희생양으로 삼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자신들과 미국에서 태어난 어린 자녀들을 인간으로 봐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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